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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섭과 소희라는 두 인물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재섭은 꿈 많던 대학생활을 졸업하고 꿈을 이루지도, 현실에 안주하지도 못 한체 우울함에 묻혀 지내는 386세대이고, 소희는 학교에서는 평범하지만 복잡한 가정환경 탓에 삐뚤어 나가고, 생각이 많은 소녀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 학원의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서 서로가 비슷한 사람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10대의 발랄함이 남아있는 소희의 도발적인(?) 관심에 재섭도 마음이 움직이고 둘은 서로 의지하게 된다.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이 언제나 줄거리는 간단명료하다. 위 줄거리에 붙여진 수사를 제거하면 '둘은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기저기 놓여진 적잖은 장치로 인해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재섭이 대학동기들을 만나서 '너도 말 좀 해라'라고 비꼬는 친구에게 '내가 너희들과 무슨 말을 하냐'라면서 '나'와 '너희들'로 구분 짓고 자신이 '너희들'과는 어울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하자 '나이 값도 못하는 놈'이라며 비수를 날리는 친구는 아둥바둥 사는 것이 어른으로써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무의미한 대화였음을 다시금 깨달고 조용해지는 재섭의 모습과 학교와 학원에서는 조용하고 평범하지만 원조교제라는 극을 달리는 소희. 두 사람은 아웃사이더이다. 아웃사이더로서의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아니... 고통이 따랐기에 아웃사이더가 된 것일까?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던 소희의 발랄함과 10대 다운 모습에는 자신도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이 표현 되어있다.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어주던 재섭, 하지만 소희가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려주던 장면에서는 결국 다시 자신들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두사람 모두... 그 날 그들은 재섭의 집에서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의 고통은 여기서 극명히 들어난다. 소희가 거짓말 게임을 제안하는데 게임의 룰은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은 그 말 중에서 거짓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한다. 영화 속 사실을 다 확인할 수 없지만 둘은 진실만을 말한다. 모두 거짓같은 진실을... 그 중에 하나만이라도 거짓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아이를 유산시키고 소원(疏遠)한 관계가 지난 후 둘은 다시 만난다. '선생님을 기다렸어요'라고 말하는 소희에게 '나도 널 기다렸지만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어'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재섭은 처절한 울음을 보인다. 왜 울었을까? 너무 기뻐서? 아니면 어린 소녀를 좋아하게 된 자신의 특수한 상황의 처량함과 이 소녀의 슬픔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이제부터 보게될 소희의 모습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직감했기에? 영화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결국 의지할 사람은 서로일 뿐이라는 우울한 결말로써 말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 영화의 주제가 극명히 들어나는 장면이 바로 재섭이 학원에서 시에 대한 강의를 하는 장면이다. 재섭은 이렇게 말한다. '시가 뭔지 난 잘 모른다', '다른 선생은 더 모른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 '시'라는 단어를 '삶'으로 바꾸면 영화의 주제가 바로 나온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과 함께 '수능출제위원이 바뀌면 정답도 달라진다'는 말을 한다. 난 자조석인 이 말에서 재섭의 비관적인 생각을 읽었다기 보다 재섭이 더 많은 출제위원의 다양한 정답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듯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두 아웃사이더의 사랑을 다룸으로써 세상을 인(in)과 아웃(out)으로 양분하고 있지만 인사이더(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곧 아웃사이더에 대한 애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담담히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역할을 끝까지 고수한다.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를 하나 들자면 영화의 정서를 대변하는 루시드폴(lucid fall)과 스웨터(sweater)의 음악에 있다. 영화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두 그룹의 음악은 영화의 여운을 연장시키고 있다.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자.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것들로 새로운 결말을 맺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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